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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땅속에 묻힐 뻔한 대학생, 15년 장사경험 밑천 ‘O2O 사업가’ 변신

[인터뷰] 부산 IT스타트업 염상준 벤디츠(이사모아, 웨딩바이미) 공동대표



새벽 2시, 부산 서면에 위치한 허름한 단칸방에 괴한이 쳐들어왔다. 해병대를 제대한 지 며칠이 되지 않은 23살 청년은 영문도 모른 채 괴한에게 끌려 나갔다. 영화에서 있을 법한 일이었다.


“잠을 자고 있는데, 낯선 남자가 구타를 하고 밖으로 끌고 갔다. 그 남자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빚을 갚으라고 했다. 어머니는 상병 때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난 그가 보여준 차용증이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티기만 했다.” 


청춘의 시작을 영화처럼 시작한 염상준 벤디츠 공동대표는 이 일이 있고나서 혼자 제대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15년 동안 빵가게 노점, 자판기, 요가 프랜차이즈, 요식업 프랜차이즈, 인테리어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돈을 벌었다. 


오프라인 사업만 했던 염 대표를 IT업계로 끌어당긴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궁금했다.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오프라인 사업만 했던 그가 왜 IT 스타트업을 하게 됐는지?


◆20대, 장사의 ‘마이다스 손’ 


염 대표는 20대 초반부터 사업을 시작해 많은 돈을 벌었다. 서른 살 전에 통장에 몇 억을 모을 정도였다. 그가 손을 대면 마이다스 손처럼 모든 사업이 소위 ‘대박’이 났다.


처음 시작한 사업은 1000원 짜리 햄버거 노점상이었다. 햄버거를 좋아했던 그는 부산의 한 지역에서 잘 팔리고 있는 햄버거를 벤치마킹해 경남정보대 앞에서 팔았다. 음료수는 무제한 무료였다. 햄버거는 불티나게 팔렸다. 


“학교를 다녀야 했기 때문에 빵 가게를 팔고 13평짜리 아파트를 한 채 샀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다가 남은 돈으로 자판기를 몇 대 샀다.”


또 염 대표는 대박이 났다. 신도시에 학원은 많았지만 자판기는 별로 없는 것을 보고, 자판기를 그곳에 설치했던 게 성공의 포인트였다. 또 고3 입시과외로도 꽤 많은 돈을 모았다.

요가 사업도 했다. 국내에서 요가 붐이 일기 직전, 그는 요가 사업을 시작해 1년도 되지 않아 전국에 10여개 지점을 오픈했다. 요가 사업은 쉽게 커졌고 사업자를 사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다.


◆서울 진출...프랜차이즈 사업 ‘모은 돈 전액 탕진’ 


염 대표에게 부산은 좁았다. 요가 사업체를 판 자금을 들고 그는 서울 강남으로 올라왔다. 20대 부산 촌놈에게 서울은 만만치 않은 도시였다. 


“강남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강남에 사무실을 열고 제대로 된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신림동에 공장을 만들고, 안테나 샵을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오픈했다.”




염 대표는 처음으로 좌절을 겪었다. 1년 6개월 만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접어야 했다. 어릴 적부터 성공가도를 달렸던 염 대표는 부족한 사업 경험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20대 후반 나이에 그에게 남은 것은 수 억 원의 빚뿐이었다.


“보기 좋게 망했다. 단순히 타이밍이 좋거나 운 좋게 사업을 매각한 경험들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영업, 기획, 관리, 재무 모두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너무 속상한 나머지 2~3개월 동안 강남역 만화방에서 만화책만 봤다. 사업 실패를 인정하기 싫었다.”


◆인테리어 영업 1년 반 만에 수억 원 빚 갚아 


포기는 없었다. 염 대표는 강남 단칸방 생활을 하면서 인테리어 영업에 뛰어들었다. 친구 어머니가 인테리어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던 기억을 떠올려 인테리어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매일 빚쟁이들한테 전화가 왔다. 아침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매고 밖으로 나가는 일이었다. 건물 맨 꼭대기 층에 사장실이 있다는 생각에 무조건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 인테리어 영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무슨 일이든지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개월 동안 영업을 하고 다녔지만, 염 대표가 한 일이라곤 고장 난 샤워기나 수도꼭지를 고치는 일이었다. 은행, 지인 등으로부터 빚 독촉은 갈수록 심해졌다.


“좌절하고 있을 때 경상도 출신 사장님을 만났다. 나를 보면서 젊었을 때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며 일거리를 줬다. 지인들 소개도 해줬다. 작은 공사건도 열심히 했더니 한 달에 하나 정도씩 괜찮은 일이 들어왔다.” 


1년 반 정도 인테리어 영업을 다녔던 염 대표는 2억 원 가까운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테리어 영업에 신물이 난 그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한 번 실패로 내가 꿈꾸는 사업가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2년 동안 부산에서 장사로 사업 밑천을 마련해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이사 업계와의 우연한 만남 ‘새로운 기회’ 


이사견적서비스 O2O(Online to Offline)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이사모아’의 시발점은 바로 서울이었다. 다시 서울에 올라와서 인테리어 소개업을 했던 그가 만난 사람들은 이삿짐업체 대표들이었다. 이삿짐업체 대표들이 인테리어 일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삿짐업체 사장님들을 많이 만났는데, 1년에 10만 원만 내면 되는 호스팅 비용을 한 달에 150만 원씩 내고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을 봤다. 광고비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사장님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업체들한테 (사기를) 당하고 있었다.” 


많은 돈을 지불하고 마케팅을 하고 있는 이삿짐 업체 사장님들이 안타까웠던 염 대표는 저렴하게 이삿짐 업체 홈페이지를 제작해주고 광고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집행해줬다. 이 때문에 그는 이사 업계에서 IT업계 전문가로 불리었다. (이사모아를 통해 이사 업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를 할 수 있게 한 것은 이런 경험이 뒷받침이 됐다.) 


“IT는 아직도 잘 모른다. 그때 PDA를 쓰다가 IT전문가처럼 보이기 위해 아이폰 3GS로 바꿨는데, 놀라웠다. 스마트폰은 컴퓨터였다. 앞으로 누구나 호주머니에 컴퓨터를 꽂고 다니는 세상이 될 것 같았다.” 


◆개발자 없이 IT스타트업 꿈꾸다 


스마트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 염 대표는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와 모바일소프트웨어 벤처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개발자는 없었다. 수소문 끝에 부산대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김태훈 벤디츠 개발이사를 만났다. 


“김태훈 소장은 지금껏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똑똑했다. 그러나 이미 졸업 후 대기업 취업이 확정된 상태였다. 난 김 소장을 계속 설득했다. 대기업이 아닌 직접 대기업을 만들자고 1달 동안 매달렸다.”


삼고초려 끝에 개발자를 영입한 염 대표는 기술보증기금에서 대출을 받고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또 부산 앱개발센터에서 지원해준 사무실에 들어갔다. 모바일 사업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예전에 내가 모르는 것을 해서 사업이 망했다. 우리가 아는 것을 모바일로 접목해야 했다. 그게 바로 이사였다. 그래서 이사모아 앱 초기 버전을 만들었다.”




부푼 희망을 안고 이사모아를 오픈했지만, 아무 반응은 없었다. 누구도 이사모아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삿짐 업체 사장님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일일이 이사 업체를 찾아다니면서 스마트폰이 있는 직원이 있으면 이사모아 앱을 다운로드 해주고 설명했다. 4~5번 방문해서 설명해야 사장님들이 이해했다. 나중에는 우리 앱을 사용하기 위해 사장님들이 스마트폰을 샀다. 600개 이상 이사 업체 제휴는 이렇게 이뤄졌다.”


이사모아는 이사견적서비스 O2O 앱이다. 이삿짐 업체에게는 과도한 광고비를 줄여주고,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사를 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앱은 포장이사, 원룸이사 등 모든 이사를 고객과 이사 업체에게 연결해주고 있다. 입주청소, 폐가구/폐가전 무료 수거 서비스도 제공한다.


◆웨딩바이미와의 만남...그리고 ‘합병’ 


이사모아 이사 업체 제휴 및 다운로드와 매출은 증가했지만, 염 대표는 목이 말랐다. 이때 찾아간 곳이 국내 1위 결혼 앱 ‘웨딩바이미’였다. 그는 ‘이사를 하는 고객은 누구일까?’라고 생각하다가 결혼하는 부부를 떠올랐다. 


“웨딩 앱 1위 ‘웨딩바이미’를 운영하는 선현국 (벤디츠) 공동대표를 만났다. 만나자마자, 선 대표가 ‘이사모아가 몇 다운로드냐?’고 물었다. 우리는 당시 1만 다운로드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매달 수 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선 대표는 총 600만 다운로드 앱들을 가지고 있었다.”



소비자를 모으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선현국 대표와 돈을 버는 것에 통달한 염상준 대표는 이렇게 만났다. 그렇게 탄생한 IT기업이 ‘벤디츠’다.


“선 대표는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는 부분을 가지고 있었다. 선 대표는 기획, 정리 등을 잘했다. 항상 소비자 경험을 생각하는 것도 좋았다.” 


웨딩바이미는 결혼 준비를 하는 예비부부에게 결혼하는 절차, 정보 등을 제공하는 앱이다. 웨딩홀,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업체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스드메 자동견적, 신혼여행 견적 등을 받아볼 수 있다. 상담신청을 하면 유선상담도 해주고 있다.


◆부산 대표 IT기업과 라이프 O2O 그룹 ‘목표’ 


벤디츠가 출범하고 나서 염 대표는 사람들의 라이프 사이클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를 해주자는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이사와 연결되는 인테리어 앱 ‘인쇼’를 기획해 베타 테스트 중이다. 또 그들이 가진 앱 서비스 확장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인재들을 영입했다.


“비록 나는 부산 촌놈이지만, 회사는 사람들이 제일 들어가고 싶은 IT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현재 하고 있는 O2O 앱 서비스 발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도와줄 수 있는 라이프 서비스들을 내놓는 기업이 될 것이다.” 


염 대표가 말할 때마다 경상도 부산 사투리가 차졌다. 호탕하게 웃는 부산 사나이지만, 조금 쑥스러워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인터뷰 기사, 잘 부탁합니더~”라는 부산 사투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사진=이욱희 기자, 이사모아 앱, 웨딩바이미 앱 캡처>